목양칼럼

4월 26일(주일) 부끄러움과 부러움 사이에서
  • 이규현 목사
  • 2026.04.26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나승위 님의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책에서 인용한 글 몇 줄을 받았습니다. 스웨덴의 알메달렌 주간이라는 정치 축제를 소개하는 짧은 내용이었습니다. 정치인과 시민, 노동조합, 언론,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격의 없이 토론하고,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길지 않은 글이었지만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 글을 읽으며 부끄러움과 부러움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정치가 특정 계층이 아니라, 시민과 같은 자리에서 토론하고, 권력이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사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부러웠습니다. 부끄러움의 감정은 단순한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아직 기준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부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사실 어느 나라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스웨덴 역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공적인 문제를 대화와 토론으로 풀어 가려는 문화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공정한 법과 합리적 제도 안에서 의견을 나누려는 태도가 축적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거창한 변화 이전에, 먼저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말하는 정직함,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동의하지 않더라도 존중하는 절제, 내 편의 잘못에도 눈감지 않는 공정함, 그리고 감정이 아니라 원칙으로 대화하려는 자세입니다. 민주적인 사회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가 쌓여 형성됩니다.

 

   신앙 안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불신과 갈등이 깊어질수록, 더욱 정직과 공의,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불신하며 찢어지는 사회가 아니라, 다름 속에서도 대화하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소망합니다. 생각이 달라도 법과 질서 안에서 정의롭고 정직하게 토론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나라를 꿈꿉니다. 그 길이 멀어 보일지라도, 지금 여기에서, 우리 각자가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바르게 서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가 사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